자 박영규 | 생각비행 | 2016.04.01
밥과 밥그릇
정호승은<수선화에게>라는 시집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배고플 때 밥을 먹지 밥그릇을 먹는 게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밥그릇을 먹고 있다. 시는 밥이지 밥그릇이 아니다. 결국은 인간이라는 밥, 고통이라는 밥"
그렇다. 시의 본질은 밥그릇이 아니라 밥이다.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문학, 역사, 철학이라는 그릇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 있는 밥이 중요하다. 문학에서 철학이라는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역사라는 밥을 벅을 수도 있다. 문제는 밥이다. 평소에 먹어보지 않았던 밥이라 조금은 낯설 수도 있다. 남들이 시키지 않은 메뉴를 선택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혼자서 밥을 먹을 때 외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이란 어차피 외로운 것, 삶이란 고독한 것, 그때는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음미하면서 밥을 먹자. 그러면 외로움이 조금은 덜할 것이다. 실연을 했어도, 옆에 친구가 없어도, 성적표가 바닥을 쳤어도, 나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운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외로워도 외로워하지 말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나의 길을 걷다 보면 반드시 세상이 나의 이름을 꽃으로 불러주는 날이 올 것이다.
마종기의 <바람의 말>이라는 시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사를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30센티미터 자가 아니라 긴 줄자로 재야 할 일도 세상에는 많다. 청춘이여, 피곤해져도 잊지 말자.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알았던 땅 드림자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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